Nikon ED AF-S NIKKOR 80-200mm 1:2.8D(IF)’
베어링 교체 후 젊은 시절의 모습을 되찾나 싶었던 이 노장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증상이 재발했고 남자는 이 아픈 노장을 이끌고 다시 한번 SLRGG를 찾았다.
실장님은 그저 반갑게 맞아 주셨고 또한 남자도 재발한 증상을 빠짐없이 설명해 드린 뒤 맑은 햇살이 문발처럼 곧던 밖으로 나와 사무실로 향한다.
노장의 완쾌를 빌며 보낸 하루를 시작으로 그렇게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더 지난 어느 날 받은 문자, ‘수리 완료’.
남자는 다음날 출근을 미루고 SLRGG로 향한다.
SLRGG, 이미 한 명의 고객분이 소파에 기대어 앉아 계셨고 이후로도 두 분 정도가 더 방문하면서 사무실은 사진과 카메라 그리고 최신 IT 기기의 디지털프로그램이 선물하는 전례 없는 후보정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 변해 있었다.
남자는 이런 고차원적인 대화엔 끼지도 못할 수준이라 그저 웃음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향이 예쁜 갓 내린 커피와 잘 숙성된 생지로 구워낸 빵 한 조각의 대접이 그저 감사한 남자는 실장님과 나의 노장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베어링 교체로 끝날 줄 알았던 노장은 베어링을 품고 있는 주변 부품들의 합병증들로 인해 끝끝내 모터를 통째로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남자의 머릿속에서 ‘오우! 새로운 심장이라‥‥ 좋은데.’라는 생각이 스칠 때쯤 실장님이 말을 이어가신다.
수리 후 증상이 재발했고 병세를 잡고자 노력한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신 그 감사함에 모터 교체에 대한 추가 비용은 없다고.
누가 감사한 건지 모를 현실에 놓인 남자는 현 상황에 대한 혼란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그 혼돈도 잠시 여전히 토론을 이어가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남자를 부른다.
니콘의 미래와 해상도와 출력물의 상관, 후보정 프로그램의 사용 기타 여러 가지 등등‥‥, 남자의 모자란 머리로는 따라 가지 못할 대화에 잠시 끼어들었다가 틈을 노려 빠져나온다.
나의 왼팔을 조심조심 챙겨 넣고 남자는 데스크에 계시는 실장님께 조심히 한 번 더 여쭙는다,
‘모터 교체에 들어간 실비가 있을 텐데 그 부분만이라도 말씀하시면 지급을 해드리겠습니다.’
실장님은 작은 미소를 섞어가며 잘 사용하시라 말씀해 주셨고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전화하고 방문하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그렇게 남자의 왼팔은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았고 며칠 후, 아이들과 무르익던 봄날의 여행에서 장장 다섯 시간 동안 쉼 없이 예전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남자는 나의 왼팔이 보여주는 이런 색감과 질감이 참 좋다,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그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 심장이식으로 젊어진 노장의 눈으로 담아낸 그 날의 사진을 몇 컷 올려본다.
사진에 대한 평은 제발 마음속으로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여전히 남자는 셔터만 누를 줄 아는 촬영 자체를 행복해하는 만년 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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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거래의 관계로 대하지 않으시고 마음으로 관계를 맺으시는 SLRGG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