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라는 시간 만에 서비스 완료 문자가 왔다.

남자는 서비스 비용을 챙기고 사무실을 나와 무엇에 이끌려가듯 지하철역을 향해 걷는다.

명동역 10번 출구, 여전히 바람은 찼으나 하늘은 당시의 기분만큼이나 맑고 높다.

'SLRGG', 문을 열고 들어선 사무실엔 2주 전 반갑게 맞아 주시던 그분이 같은 자리에서 또 그렇게 반가이 맞아주신다.

무언가 고수의 기를 풍기는 두 분의 방문객, 실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계셨나 보다.

두 분은 남자와 실장님을 데스크 쪽에 내버려 두곤 두런두런 말씀을 이어가신다.

카운터에 꺼내어 올려놓은 그저 반가운 나의 왼팔.

남자는 테스트용으로 빌려주신 몸통에 왼팔을 물려본다.

최대 최소 구간에서 피사체를 바꾸어가며, 예닐곱 컷을 날려보는 남자.

귀가 간지러울 만큼 낮고 날카로운 모터 소리와 함께 멈추지 않고 초점링이 돌아간다.

여인네 몰래 지갑 속에 잘 모셔둔 지폐들, 너무도 가벼운 마음으로 대금을 치른다.

이내,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서둘러 내려온 남자.

돌아오는 지하철 안,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다 생각이 든다.

실비에 가까운 금액에 고생도 많으셨을 터인데 그 흔한 커피 한 캔 사다 드리지 못했구나.’

그 커피 한 캔은 단순한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끄집어낸 감사함의 조각일 것인데.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감사함이 입으로만 그치면 그 인연이 진심에 이르지 못한다고 그렇게 배우고 또 배웠는데.

남자는 다음이 꼭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따듯한 커피 한 캔을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

, 주섬주섬 몸통들을 꺼낸 남정네는 그간 절름발이로 고생했을 남자의 왼팔을 물려본다.

DSLR, SLR 몸통에 모두, 왕년의 정확하고 빠른 모양새를 멈춤이 없이 보여준다.

그날의 남자는 아주 오랜만에 잊혀진채 쉬고 있던 애기(愛機)들을 하나하나 털어주고 닦아주었다.

그리곤 남자의 오른팔과 왼팔을 그리고 몸통을 닳아빠진 가방에 자리를 잡아준다.

그렇게 늘 그랬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남자의 여행 준비는 모두 끝이 났다.

렌즈3.jpg


고장 이후 비용 문제로 선뜻 수리해 주지 못해 늘 안타깝던 렌즈를 너무도 완벽하게,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동으로만 촬영하던 녀석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도 가볍네요.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마음의 가벼움이란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서비스의 가격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모두가 이해하고 만족할만한 업체만의 룰 속에서 진심으로 업을 이어가시는 분들도 있구나, 라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한 만남이었습니다.